고통은 10개월 무이자 할부를 활용하고,
감동은 일시불로 구입할 것.
사랑은 30년 만기 국채를,
그리고 우정은 연금처럼 납입할 것을 권함.
감사는 밑반찬처럼 항상 차려놓고,
슬픔은 소식할 것.
고독은 풍성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처럼 싱싱하게,
이해는 뜨거운 찌개를 먹듯 천천히,
용서는 동치미를 먹듯 시원하게 섭취할 것.
기쁨은 인심 좋은 국밥집 아주머니처럼 차리고,
상처는 계란처럼 잘 풀어줄 것.
오해는 잘게 다져 이해와 버무리고,
실수는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통깨처럼 다룰 것.
고통은 편식하고,
행복은 가끔 과식할 것을 허락함.
슬픔이면서 기쁨인 연애는 초콜릿처럼 아껴 먹을 것.
호기심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서라도 마음껏 소비하고,
열정은 신용대출을 권함.
은혜는 대출이자처럼 꼬박꼬박 상환하고,
추억은 이자로 따라오니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리움은 끝끝내 해지하지 말 것.
변덕스러움은 에널리스트가 분석하듯 꼼꼼하게 다루고
아픔은 실손 보험으로 처리하고
우정은 연금처럼 납입하며
행복은 언제든 입출금이 가능한 통장에 넣어 둘 것을 권합니다.
- 행복이 입금되었습니다 -
이적 - 숫자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모두 숫자로만 남은 것 같아
생각을 멈추려고 해봐도
내 안에 나도 모를 작은 방이 있나봐
그곳에 웅크린 한 아이가
연필 하나 들고 써내려가는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이제는 숫자로만 남은 것 같아
네가 걸어왔던 적은 몇 번이었나
우리가 봤던 영환 몇 편
커피에 시럽은 몇 번 눌러서 넣었나
우리 처음 키스를 나눴던 시각과
제일 길었던 통화 시간
내게 이별을 선언할 때의 눈 깜박임
수없이 많았던 추억들을
감히 세어보려 밤을 지새 난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제는 숫자로만 남은 것 같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세다가 새어 나오는 한숨은 삼키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음 언제쯤 이걸 그만 둘 수 있을까
사랑한다고 말 한 적은 몇 번이었나
말다툼 했던 일은 몇 번
걷다가 비를 피해 멈춘 건 몇 번인가
우리 처음 키스를 나눴던 시각과
제일 길었던 통화 시간
내게 이별을 선언할 때에 눈 깜박임
수없이 많았던 추억들을
감히 세어보려 밤을 지새 난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이제는 숫자로만 남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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