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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 안도현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어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 안도현 / 그대 - Jason Donovan - Any Dream Will Do 2026. 9. 26.
단풍의 이유 / 이원규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을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은 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폭설이 내려 온몸이 얼고 얼다가 축축히 젖을 때까지 합장의 뼈마디에 번쩍 혼불이 일 때까지 - 이원규 / 단풍의 이유 - 오프온오프 - 춤 2026. 9. 26.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 나희덕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 아니면 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걸을 때 아무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단풍잎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질 때 가을에는 정말 스쳐가는 사람도 기다리고 싶어라 가까이 있어도 아득하기만 한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미워하던 것들은 그리워지는 가을엔 모든 것 다 사랑하고 싶어라 - 나희덕 /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 오추프로젝트 - 괜히 나 혼자 2026. 9. 26.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中 / 전승환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 『자기 앞의 생』의 첫 장에는 이런 인용문이 있습니다. 그들이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내가 말했다. “인생의 맛은 정신 나간 사람만 알고 있지.” 이처럼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끊임없이 고민하고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습니다. 오직 우리 스스로 해야 하지요. 어쩌면 그 작업은 평생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정말 원하는 걸 빨리 못 찾을 수도 있고, 그것이 계속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행의 즐거움은 계획된 일정을 지킬 때만 생기는 게 아닙니다. 때론 일정이 틀어지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는 도중에 생기기도 하죠. 행복 역.. 2026. 9. 25.
잎사귀 하나 / 까르비 잎사귀 하나, 바람에 날려 가지에서 떨어지며 나무에게 말하네. ‘숲의 왕이여, 이제 가을이 와 나는 떨어져 당신에게서 멀어지네’ 나무가 대답하네. ‘사랑하는 잎사귀여, 그것이 세상의 방식이라네. 왔다가 가는 것.’ 숨을 쉴 때마다 그대를 창조한 이의 이름을 기억하라. 그대 또한 언제 바람에 떨어질지 알 수 없으니, 모든 호흡마다 그 순간을 살라. - 까르비 / 잎사귀 하나 - Jamie Lawson - All Is Beauty 2026. 9. 25.
사랑과 운명 / 안희선 피하려 하지 말라. 우리의 인연이 겹쳐지는 것처럼, 아픔의 중력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면 그대를 두드리는, 그 어떤 따뜻한 미래도 아니, 그 어떤 지난날의 희미한 감동도 입술을 깨문 지금의 단순한 느낌만은 못한 것 삶의 기나긴 괄호, 그 안에서 그대는 단 한 번이라도 남을 위해 견고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던가. 특히, 그것이 사랑을 위한 것이라면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정결한 혼돈이다. 주저하지 말라. 우리의 인연이 겹쳐지는 것처럼, 세상의 벽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면. - 안희선 / 사랑과 운명 - James TW - Butterflies 2026.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