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어 도서관에 갔다
서가에 꽂힌 헌책을 꺼내 들고
무심코 책장을 넘기다가
바싹 마른 단풍잎을 발견했다
누가 언제 끼워 두었는지 알 수 없는 낙엽의 책갈피,
서늘한 가을에 뜻밖에 찾아온 낭만이
지난날을 불러와 가슴 설레게 한다
시간을 거슬러 온 그리움의 순간이 마음을 데운다.
책장에 끼어 있는 낙엽의 이유도 모른 채
긴 시간여행으로 마른 생명이 찾아와 문안(問安)이다.
헌책의 간격에 두근거리고 숨어있는
낙엽의 생각은 읽지 못한다
다만 우연스레 시간의 흐름을 타고 찾아온
그 누구의 첫사랑을 엿보는 재미,
마른 잎이면서도 초록 신호를 보내며
그리움을 나누어 갖자는 단풍잎,
오늘, 전달되지 못한 아름다운 사연이 담긴
한 개 낙엽의 체온을 만질 때마다,
타인의 추억이 내게로 와
무디고 달아진 마음의 각에 푸른 깃발을 단다.
- 박종영 / 타인의 추억 -
Indigo Dying - Remember (I.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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