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에 앉아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본다
마당 한쪽 햇살이 뒤척이는 곳
저것 내가 무심히 버린 숫가락 목이 부러진
화순 산골 홀로 밭을 매다
다음날 기척도 없이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
마루 위엔 고추며 채소 산나물을 팔아 마련한
돈 백만원이 든 통장과 도장이 검정 고무줄에 묶여 매달려 있었다지
버려진 것이 흔들리며 옛일을 되돌린다
머지않은 내일을 밀어 올린다
가만히 내 저금통장을 떠올린다
저녁이다 문을 닫고 눕는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박남준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Estatic Fear - Chapter I
'삶,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순간 / 안국훈 (1) | 2024.11.14 |
---|---|
단풍 / 박광호 (2) | 2024.11.11 |
뒷모습을 지켜보는 일 / 이순옥 (0) | 2024.11.10 |
한바탕 웃음으로 / 하영순 (0) | 2024.11.10 |
나무의 한해살이 / 노정혜 (0) | 2024.11.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