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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인생

엽서1 / 장석주

by LeeT. 2020. 3. 1.



저문 산을 다녀왔습니다.
님의 관심은 내 기쁨이었습니다.
어두운 길로 돌아오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지만
 내 말들은 모조리 저문 산에 던져
 어둠의 깊이를 내 사랑의 약조로 삼았으므로
 나는 님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속에 못 견딜 그리움들이 화약처럼 딱딱 터지면서
 불꽃의 혀들은 마구 피어나
 바람에 몸부비는 꽃들처럼
 사랑의 몸짓을 해보였습니다만
 나는 그저 산아래 토산품 가게 안 팔리는 못난 물건처럼
 부끄러워 입을 다물 따름입니다.
이 밤 파초잎을 흔드는 바람결에
 남몰래 숨길 수 없는 내 사랑의 숨결을 실어
 혹시나 님이 지나가는 바람결에라도
 그 기미를 알아차릴까 두려워할 뿐입니다.
 
- 장석주 / 엽서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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