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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리움 그리고 친구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by LeeT. 2019. 9. 23.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 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은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은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 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하세요.
 
- 나태주 /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중에서 -



못(Mot) - 현기증


 

가만히 흘러가는 시간을
물끄러미 세어보고 있어요
눈처럼 두껍게 쌓였던 잠 속에서
전화벨 소리를 들었죠
난 눈을 떴지만 여전히 어두운 방안에
전화벨 소리는 그쳤죠
 
난 불을 켜고 일어나 앉아요
시계소리가 방안에 울리죠
그 전화벨은 다시 울릴까요
시계바늘만 바라보죠
난 차가운 맥주를 가져왔죠
난 한 모금을 마신 채 들고만 있죠
 
* 어떤 기억들은 돌아오지도 않고
지나가지도 않고
밤이 가득한 방안을
이렇게 꿈처럼 흘러요
내 곁에 왜 당신이 없나요
내 곁에 어떻게 당신이 없는 건가요
 
난 즐거운 노래를 불러보죠
내 목소리가 어쩐지 멀어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나는 입을 다물죠
슬픈 침묵이 남아요
 
수화길 들어보다 깨달아요
며칠 전 전화선을 빼어두었죠
난 일부러 소리 내어 웃어보려 했지만
슬프게 들리고 말아요
난 눈을 감지만 여전히 어지러운
맘에 그대 목소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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