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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인생

무관심 / 박종영

by LeeT. 2025. 2. 14.

2024.9.30.

눈여겨보는 것을
허튼 생각으로 펴지 못하고
뒤란 한적한 장독대 아래 빛바랜 감나무 잎이
어설프게 엉켜 쌓여 있다

배불리 채우지 못해 어쩌다 가벼운 것들은
지 한 몸 가누지 못하고
바람의 뒤를 따라 또르르 굴러 간다
굴러가며 손 벌리는 유혹에
한눈을 팔기도 한다

하찮은 생명의 여운이라도 멀리
가는 길에서는 몸가짐 마음단속으로
외로움을 옆에 앉혀놓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보고 싶은가 보다

빗살처럼 가을볕이 고루 퍼지고
토담집 벽에 등허리를 기대어 보면
왜 이리 섬뜩하고 시린것인가?

살금살금 야위어 가는 가을 길에서
멀쑥하게 솟아오른 붉은 꽃무릇의 허리도
오늘따라 가늘게 슬퍼지고 있다

푸른 잎을 기다리다
기어이 지고 마는 저 붉은 상사화의 열병을
누가 무관심 하고 있는지요

- 박종영 / 무관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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