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주를 좋아했다.
입술을 제 빛으로 촉촉이 적시고
맑음을 가진
소주와 같은 사랑을 했다.
남들처럼 입술에 거품을 물고
배부르게 사랑하는 걸 싫어했다.
우리의 사랑은 가난해서 좋았다.
가난을 만날 때마다 슬픔이 자주 일었다.
가난은 서로 나눌 슬픔이 있다는 것
우리는 슬픔을 나누기 위해
곧잘 사랑을 마셨다.
사람들처럼 거품을 물지 않고
우리는 맑은 사랑으로 입술을 적시며
슬픔으로 가까이 슬픔을 길러
더욱 더 가난하게 소주를 마셨다.
- 구재기 / 소주에 대하여 -
Heaven & Earth - Waiting for the End of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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