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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그리고 인생

사랑도 나무처럼 / 이해인

by LeeT. 2020. 3. 8.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두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속에 발을 묻고
 홀로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이해인 / 사랑도 나무처럼 -



김필 - 그때 그 아인



 

길었던 하루 그림잔
아직도 아픔을 서성일까
말없이 기다려 보면
쓰러질 듯 내게 와 안기는데
마음에 얹힌 슬픈 기억은
쏟아낸 눈물로는 지울 수 없어
어디서부터 지워야 할까
허탈한 웃음만이
가슴에 박힌 선명한 기억
나를 비웃듯 스쳐 가는 얼굴들
잡힐 듯 멀리 손을 뻗으면
달아나듯 조각난 나의 꿈들만
두 갈래 길을 만난 듯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
무언가 나를 이끌던
목소리에 한참을 돌아보면
지나온 모든 순간은 어린
슬픔만 간직한 채 커버렸구나
혼자서 잠들었을 그 밤도
아픔을 간직한 채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 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직 허기진 소망이
가득 메워질 때까지
시간은 벌써 나를 키우고
세상 앞으로 이젠 나가 보라고
어제의 나는 내게 묻겠지
웃을 만큼 행복해진 것 같냐고
아주 먼 훗날 그때 그 아인
꿈꿔왔던 모든 걸 가진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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