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 날 때 투정 부릴 수 있는...
내게 더없이 넓은 가슴을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이 혼자 보기엔 안타까워 같이 보고
이렇게 퇴근길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잔할 수 있고
가슴 한아름 아득한 미소를 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번 덜 봐도 머리 한번 덜 빗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전혀 부끄럽지 않고 미안하지 않고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져서 예쁘게 함박웃음 웃을 수 있고
서로의 겉모습보다는 둥그런 마음이 매력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은행가다가
총총히 바쁜 걸음에 가볍게 어깨를 부딪혀서
아! 하고 기분 좋게 반갑게 설레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내 열 마디의 종알거림에 묵묵히 끄덕여 주고
주제넘은 내 간섭을 시간이 흐른 후에 깨우쳐 주는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가끔은 저녁값이 모자라 빈 주머니를 내보이면서 웃을 줄도 알고
속상했던 일을 곤드레 술이 취해 세상에 큰소리칠 줄도 알고
술값도 지불케 하는 가끔은 의외의 면이 있는
낭만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부모님의 수고스러움을 늘 감사하고 형제들의 사랑을 늘 가슴 깊이 새기며
자신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이가 나였으면 더욱 좋겠다.
- 유안진 / 내 소망 하나 -
규현 -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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