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져진 생이라고
슬픔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바람 가운데 함부로 흔들린다고
네 앞에서 쉬운 꽃으로 꺾이고 싶지는 않다.
하늘처럼 살고 싶었을 뿐이다.
짙은 향기로 너를 매혹시키지는 못해도
외롭다고 칭얼댄적 있느냐
함께 바람을 맞으며
우리가 같은 모습을 갖고 태어나
같은 표정으로
같은 몸짓으로
한 계절을 흘러가지만
나는 아무도 그립지 않다.
빛이 작열하여 내 몸을 태워도
나는 한 번도 울어 본 적 없다.
잠시 멈추어 손목 한 번 잡은 바람의 정이 있다고 해서
기다림이 얼마나 고독한 사랑인지를 느껴본 적도 없다.
내가 너의 가는 길을 막은 적이 있느냐
이렇게 기댈 벽도 없이
시시때때로 흔들린다고 해서
나를 함부로 꺾지 마라
나는 한 계절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이름 없는 들꽃으로 살고 싶다.
- 김경란 / 들꽃 -
Unleash The Archers - Northwest Pas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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