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잘 살아가기 그리고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 류시화

by LeeT. 2026. 6. 14.

2025.10.11.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할 말이 없거나 말주변이 부족하다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것의 의미를 잃었을 수도 있고
속엣말이
사랑, 가장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에서
머뭇거리는 것일 수도 있다.
세상 안에서 홀로 견디는 법과
자신 안에서 사는 법 터득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겨울이 그 가슴을 영원한 거처로 삼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단지 봄이 또다시
색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새들이 그 마음속 음표를 다 물고 갔다고
넘겨짚어서는 안 된다.
외로움의 물기에 젖어
악보가 바랜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동행 없이 혼자 걷는다고 해서
외톨이의 길을 좋아한다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길이 축복받았다고 느낄 때까지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었으나
가슴 안에 아직 피지 않은 꽃들만이
그의 그림자와 동행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음 봄을 기다리며.

- 류시화 / 누군가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

 

Dave Koz - If Only For One Night



'잘 살아가기 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으로 드릴게요 / 좋은글  (0) 2026.06.16
넘어진 너에게 / 홍수희  (0) 2026.06.16
바라는 건 / 조미하  (1) 2026.06.13
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0) 2026.06.12
말의 힘 / 유지나  (0) 2026.06.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