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지지 않는
껍질뿐인 생각으로
아침 햇살에 증발하는
이슬을 따라
저 아래 깊은 골에서
세포의 비밀을 캐내며
온전히 머물지 못하는
바람처럼 시간의 흔적은
심장까지 차 오르고
황홀한 자태로
뜨겁게 자리하던
이 여름의
마지막을 알려오면
퍼득이던 나만의 날개는
달짝지근한 몽상의
언어에 섞여 책상 위엔
인생의 쾌락과
무더기로 목을 늘어 뺀
불투명한 사랑
이별, 꿈, 도약의 낱말들이
어지럽게 널리고
방심하는 어느 순간
가을은 내 심장에
한 쌍의 학으로 수를 놓으며
닿을지도 모르는데
달빛도 꺼버린 어둠은
꾸벅꾸벅 품위 있게
버티다가 자꾸 돌아보는
사라짐의 진리
가끔은 밤이 낯설고
그 사이로 어둠이 짙으면
또 다시 이별 할
여명에 도착한다
- 주명옥 / 어떤 날의 공상 -
Edenbridge - Arca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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