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너는 네 인생에
이미 많은 일들이 일어난 거라고 생각하지.
아직 여름이 한창이지만
너의 마음은 여태 겪어본 적 없는
가을의 언저리를 떠돌기도 하고,
한겨울의 거리에 내몰린
기분이 된 적도 있었을 거야.
뼛속으로 파고드는 추위를 잊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로 웃거나 소리를 지르는
너를 본 사람도 아마 한두 명쯤은 있었겠지.
어쩌면 너는 너무 많은 것들이
너무 자주 변한다는 생각과,
또 어떤 것들은 생이 끝날 때까지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절망이라는 벼랑에 서서
무구하고 잔인한 바다를 내려다보았을지도 몰라.
그러나 단 하나 버릴 수 없는 것이 있어,
조금만 더 걸어보자고
조금만 더 움직여보자고,
스스로를 부추기며
한숨 같은 심호흡을 몇 번이나 반복했을 거야.
- 황경신 / 어쩌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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