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섞지 말기
아무것도 넣지 말기
초승달이 걸러낸 저녁처럼 외로울지라도
버거운 하루를 밟고 가는 내 그림자가 안쓰러울지라도
달콤한 향기에 넘어가지 않기
고소한 유혹에 무너지지 않기
길들여진 입맛에 현혹되지 않기
하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안 되지
하늘이 내려앉은 울적한 날은 안 되지
빨래도 안 마르는 흐린 주말
고독이 깊어져 그리운 것들이 몰려올 때는 더욱 안 되지
깔끔하고 싶지만
도도하고 싶지만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아무것도 아닌 것에 약해지는
그저 블랙만으로는 양이 안 차는
허전한 새벽처럼 유혹이 시작되지
아무것도 섞지 않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한 가지 색으로만 사는 일
쉽지만 쉽지 않은
그래서
커피를 마시며 하는 말은 믿지 말라나
- 박소향 / 블랙 커피 -
Therion - Alchemy Of The Soul
'삶,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자리에 있어 주세요 / 류경희 (1) | 2023.06.06 |
---|---|
늙으니까 참 좋다 / 전상훈 (1) | 2023.06.06 |
어른 세상 / 구상 (0) | 2023.06.05 |
나는 먼저 내 자신을 용서해야 했다 / 말로 모건 (0) | 2023.06.04 |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이 / 김수민 (0) | 2023.06.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