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매화나무는 꽃 피느라 한창이고
사백 년 고목은 꽃 지느라 한창인데
구경꾼들 고목에 더 몰려섰다.
둥치도 가지도
꺽이고 구부러지고 휘어졌다.
갈라지고 뒤틀리고 터지고 또 튀어나왔다.
진물은 얼마나 오래 고여
흐르다가 말라붙었는지
주먹만큼 굵다란 혹이며
패인 구멍들이 험상궂다.
거무죽죽한 혹도 구멍도
모양 굵기 깊이 빛깔이 다 다르다.
새 진물이 번지는가
개미들 바삐 오르내려도
의연하고 의젓하다.
사군자 중 으뜸답다.
꽃구경이 아니라 상처 구경이다.
상처 깊은 이들에게는
훈장으로 보이는가
백 년 못 된 사람이
매화 사백 녁의 상처를 헤아리랴마는
감탄하고 쓸어 보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만졌던 손에서 향기까지 맡아 본다.
진동하겠지. 상처의 향기
상처야말로 더 꽃인 것을.
- 유안진 / 상처가 더 꽃이다 -
Wham! - Where Did Your Hear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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