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인생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박남준

LeeT. 2024. 11. 11. 01:33

2024.8.10.

툇마루에 앉아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바라본다 
마당 한쪽 햇살이 뒤척이는 곳 
저것 내가 무심히 버린 숫가락 목이 부러진
화순 산골 홀로 밭을 매다 
다음날 기척도 없이 세상을 떠난 어느 할머니, 
마루 위엔 고추며 채소 산나물을 팔아 마련한 
돈 백만원이 든 통장과 도장이 검정 고무줄에 묶여 매달려 있었다지

버려진 것이 흔들리며 옛일을 되돌린다 
머지않은 내일을 밀어 올린다
가만히 내 저금통장을 떠올린다 
저녁이다 문을 닫고 눕는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박남준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

 

Estatic Fear - Chapter 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