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T. 2023. 10. 30. 01:17

2023.9.1.

갖가지 예쁜 색으로 피고 지며
세상을 덮었던 꽃들처럼
우리들의 사랑도 한때는
저 산을 다 뒤덮었던
아름다운 풍경이었을지도 몰라
 
해가 저무는 산을 바라보면서
몽개몽개 머리위로 흘러가는 구름이
혹시 그대도 내가 그리워 피운
담배연기가 만든 것일지도 몰라
이름 모를 새들이 날라와
내 옆에서 자꾸만 지저귀는 이유가
그대가 나에게 채 다 전하지 못한 말
저 새에게 대신 전해달라며 보냈을지도 몰라
나부끼는 갈대에 맺혀진 새벽 이슬은
나 몰래 왔다가 두고간,
당신의 눈물일지도 몰라
그런데,
왜 당신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
항상,
나는 있는데 당신은 어디에 있는지
 
하지만 모르지
언젠가, 다시 산에 오를 땐
이 그리움, 이 사랑을
꽃씨처럼 이름 모를 
어느 산 기슭에 묻어두면
새 봄 올적에 싹이 터
그대에게 가는 길
꽃길이 열어줄지도 모르지
 
- 김종원 / 꽃길 -

 

영지 - 달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