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인생
나는 가끔 / 박복화
LeeT.
2023. 3. 8. 01:12
때때로 나는
비 내리는 쓸쓸한 오후
커피향 낮게 깔리는
창밖을 바라보듯
내 삶의 밖으로 걸어 나와
방관자처럼
나를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까닭 없이 밤이 길어지고
사방 둘러 싼 배경들이
느닷없이 낯설어서
마른 기침을 할 때
나는 몇 번이고 거울을 닦았다.
어디까지 걸어왔을까
또 얼만큼 가야
저녁노을처럼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까.
세월의 흔적( 痕迹)처럼
길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낡은 수첩을 정리하듯
허방 같은 욕심은 버려야지
가끔 나는
분주한 시장 골목을 빠져나오듯
내 삶의 밖으로 걸어 나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었다.
- 박복화 / 나는 가끔 -
Richard Marx - Hold On To The Nigh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