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인생

업 / 이순옥

by LeeT. 2024. 9. 24.

2024.6.8.

작년에 말려둔 시래기 한 좨기
꽁꽁 언 꽁치 서너 마리
햇살 아래 제 몸 태워 말린 태양초
잘 익은 된장 한 숟가락
펄펄 끓는 물에서 서로를
비벼대며 섞는 몸
저렇듯 얼마나 자기를 죽여야
또 다른 경이로운 맛으로 태어날까

내 속에 똬리 튼 아집
미련 연민 집착 따위를
이성의 냄비 속에 집어넣고
저토록 끓여보면 참 좋은
모양새로 거듭날 수 있을까

삶의 언저리에 서성대는
깨알 같은 깨달음이건만
깨치지 못한 내 안의 원죄, 유전죄, 자범죄
수수께끼 같은 사슬들로 얽히고설킨
상처와 치유와 행복과 사랑의 굴레들

- 이순옥 / 업 -

 

Del Amitri - Driving With The Brakes On



'삶, 인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은 절대 당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 이근우  (0) 2024.09.25
이가 빠진 찻잔 / 윤서원  (0) 2024.09.25
후회는 말자 / 하영순  (0) 2024.09.24
바람의 마음 / 노정혜  (0) 2024.09.23
빈자리 / 선미숙  (0) 2024.09.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