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인생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by LeeT. 2024. 7. 20.

2024.4.13.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 위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류시화 / 길 위에서의 생각 -

 

Brazen Abbot - Bring The Colors Home(feat. Jorn Lande)



댓글